[ Duksung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하늘지기)
날 짜 (Date): 1996년04월26일(금) 18시20분54초 KST
제 목(Title): <<교생실습>> 여덟
실습이 시작된 첫주에 12명의 우리학교 여자 교생들은 3년만을 제외하곤
이반 저반 참관 수업을 들어가곤 했다. 이 학교는 교무실이 맨 아래층이고
그 위가 3학년, 그위가 2학년, 그리고 맨 윗층이 1학년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린 부득이하게 1,2학년 수업을 들어가기위해선 3학년 교실을 지날 수
밖에 없었다. 그 첫주부터 유난히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는데..
둘째주에 그 아이가 나에게 뛰어와서는 "저..3학년 4반 xxxx입니다.
저를 기억해 주시면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하고는 뛰어갔다. 워낙 이름을
못외는 나라 듣고는 금새 잊어버렸다.
그 다음주..나는 글짓기를 시킨 아이들 노트 50여권을 검사하여 낑낑대며
층계를 올라가고 있었다. 막 잘 올라가려는데 노트가 와르르 쏟아져버렸다.
손이 부족하여 낑낑대는데 언제 기다렸는지 그 녀석이 달려온다.
"이런..무겁게 들고 다니지 마세요. 어느 반 수업이세요?"
캬...... 덕분에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수업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 그 녀석은 늘 내가 끝나는 퇴근 시간을 기다려 문밖에서 기다리고
내 수업시간을 맞추어 교실앞에 나와선 바라보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한번도 말을 거는 적은 없었다.
그런 그 녀석도 또 아무 대꾸도 없던 나도 이상하다고 다른 선생님들은
놀렸는데...
바로 어제..실습 마지막 주인 목요일에 그 녀석이 문밖에서 역시나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때처럼 묵례로 인사하고 지나려는데
"저...선생님..." 하고 날 불러 세웠다.
"왜요?"
"이제 마지막 주죠? 다음주 부턴 안오시겠네요?"
"네.."
"제 이름 기억하세요?"
당황한 나...이름이라..절대로 기억나질 않았다.
"글쎄요..잘 기억이 나지 않군요."
"네..."
또 별말이 없다. 안경을 쓴 눈이 맑은 아이..키가 큰 녀석이 유난히 부끄럼이
많은 것이 신기했다.
"저...이거 드세요..그럼..안녕히 가세요."
아이가 내민것은 사탕 한 통 이었다.
그 애는 그렇게 뛰어가버렸지만 나는 멍하니 서있었다.
귀엽기도 하고 또 괜히 미안하기도 하고...
내일은 녀석에게 쵸콜렛을 사가야겠다. 마지막으로 내게 좋은 기억을
준 그 아이에게 나도 답례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