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처럼 칼처럼
지은이: 이규호
당신을 잃어버리고 싶다
사랑처럼 먼 산울림처럼 그 메아리처럼
잃어비리고 싶다
당신이 가진 모든 것
비 맞은 머리칼 같은
하늘 담긴 눈동자 같은
아니면 또 쏟아지는 눈물,
아프게 참는 울음이 담긴
그 빨간 입술의 작은 경련까지
다 잃어버리고 싶다.
우리는 비로서 숲이었을 때
우리는 그 숲이 우리를 떠나
외딴섬에 외따로 피어있을 때
그 숲속에 작은 우리의 그림자가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것을 본 뒤로부터
그때 들리는 물소리 물소리.
당신을 잃어버리고 싶은 것은
그 연기를 쫓는 새떼의 비상 때문이다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에
당신은 마치 아름다운 비수처럼 꽂혀,
그 연기를 찢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처럼, 칼처럼, 물소리처럼
다만 당신을 잃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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