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와 그밖의 것들에게....
- 감자에게,
만일 내가 감자라면 그렇게 꽉 움켜쥔 주먹으로 자신과 타인을 대하진 않으리라.
- 어린 바닷게에게,
만일 내가 어린 바닷게라면 그렇게 매순간 삶으로 부터 달아나기 위해 자기
다리보다 더 큰 다리를 갖고 있진 않으리라.
- 거미에게,
만일 내가 거미라면 그렇게 줄곳 허공에 매달려 초월을 꿈꾸진 않으리라.
- 벌에게,
만일 내가 벌이라면 그렇게 참을성 없이 순간의 고통을 찌르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진 않으리라.
- 언덕에게,
만일 내가 저편 언덕이라면 그렇게 보잘것 없는 희망으로 인간의 다리를
지치게 하진 않으리라.
- 그리고 밤에게,
만일 내가 밤이라면 서둘러 배게를 빼 인간들을 한낮의 외로움 속으로
데려가진 않으리라.
- 류시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