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SNU ] in KIDS
글 쓴 이(By): landau ()
날 짜 (Date): 1994년07월23일(토) 13시12분55초 KDT
제 목(Title): 서울대의 외국인 유학생들.



내 친구 진희는 (거 왜....시험 거부의; 막간극에 나오는 아이 말입니다.)  일학년
때부터 심각한 고민(?)이 하나 있었는데 , 그것이 모냐하면 학교내의 아랍이나
싱가폴 유학생들이 자꾸 자기를 같은 나라 사람으로 알고 인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진희는 요새 까만 것으로 날리는 김 건모가 무색할 정도로 얼굴이 까만 아이였는데
솔직히 말해서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랍 유학생이라고 사기를 쳐도 충분할 정도
였다. ^_^

시설 후지기로 소문난 이학교에도 뭐 찾아 먹을 것이 있는지 심심찮게 유학생을
구경할 수가 있다.얼마전에 학교 신문에서도 외국인 유학생 특집을  마련한 적도
있지만..... 다우가 알기로는 학교 내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개
세 부류로 구분 할 수 있다. 첫째는 한국이라는 특수성이 자기 나라보다 더 공부하기
좋기 때문에 유학 온 케이스. 얼핏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 사람들의 전공이
한국학이나  한국문학 또는 동양사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갈 
것이다. (자칭 하바드 수석 졸업이라는 홍 정욱이도 대학원은 북경대로 가고 싶다고
했잖습니까.)  이 부류의 유학생들은 대개 소위 말하는 선진 구미 출신들이 많다.
사실  그 이외의 분야는 자기네 나라가 우리보다 더 잘 하니까 굳이 이 먼 한국 
땅까지 올 필요가 없겠지.

두번째 부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으로 유학 가는 것과 꼭 같은 목적으로
한국에 유학을 온 케이스들. 그러니까 한국이 자기네 나라의 어느 분야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나름대로 장점을 갖는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서이다. 대표적인 예가 토목 건축 분야인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70년대 중동 특수 이후로 건설 분야에서는 중동이나 동남아에 한국의 영향력이
상당해서 학문적인 면은 몰라도 실제적인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는 한국으로
유학을 오는 것이 나름대로 장점을 가지고 있단다. 그래서 이 부류는 주로
중동이나 동남아 같이 개발도상에 있는 나라출신들이 많고  그 피부색 탓인지
아니면 숫자가 많아서인지 학교 내에서도 가장 자주 눈에 띈다. 이 사람들은 
위의 선진 외국 유학생들과는 반대로 (당연한 일이겠지만 )주로 공대 쪽에 집중
되는 경향을 보인다.

세번 째 부류는 공부 자체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여러가지 인연으로 해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사람들이다. 위의 두 부류에 비해
숫자가 아주 작아서 흔히 눈에 띄지는 않는다. 이 중에는 국적만 외국인이지
실제로는 우리 교포인 사람들도 많이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 대표적인 예가
물리학과 대학원의 안도 슝이찌 씨인데, 이 사람은 한국이랑 혈연적으로는 아무 
관련이 없는 오리지날 일본인이다.  이 사람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이유는.... 더구나 한국이 일본보다 한 칼만큼도 잘 할것이 없는 물리학으로....
이 사람이 아주 독실한 통일교 신자라서 자신이 존경(?)하는 통일교 교주님,
그러니까 문 선명 의 모국인 한국을 알기 위해서라고 한다. 보골~~~ :0
보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황당무계한 이유인 것 같은데.... 그래도 본인은 만족하는
것 같으니 옆에서 모라 그럴 수는 없는일이다... 이사람은 일본인이니 외모상으로는
우리랑 똑 같은 데다가 한국말도 왠만큼 구사할 줄 알아서 유학생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 외에는 핏줄로는 한국인인 사람들이 외국국적이나 영주권을 가진 상태에서 
조국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란다우의 물리과 1년 선배
한 사람은 재일교포인데 부모님의 뜻에 따라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부터 한국으로
유학을 오셨다. 한국사람이니 한국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누구는 유치원부터 한국에서 다 다니고도 외국 영주권이 있다는 이유로  대학에
특례입학을 하는 부정(?)을 저지르는데 이 선배는 당당히 시험을 치르고 자기 
실력으로 대학에 입학한 의지의한국인 이다. 지금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셨는데
나에게는 참으로 인상적인 선배였다.

원래한국에 대해 그래도 좀 알던 세번째 부류 사람들은 적응을 잘하겠지만
두 번째 중동이나 아랍에서 온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고생을 많이 하는
듯하다. 제일 큰 장벽은 역시 언어 문제인 듯... 일반물리 시험지를 채점하다가 
보면 거의 한글자도 안 쓰고 수식만 끄적거리다다가 만 답안지를 가끔 보게 되는데 
이름을 보면 아스완이니 하는 이슬람식 이름이다. 그 이름도 알고 쓴 것이 아니라
거의 그린 수준임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고...... 내가  듣기로는 한국어는 어미
변화가 심해서 아주 배우기가 까다로운 언어에 속한다던데 아마 이 친구들도 
그때문에 한글이나 한국어를 잘 몰라서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학부때 현대물리를 들을 때  노곤한 봄날이라 졸음을 참고 있는데... 갑자기 등에
무엇인가 묵직한 것이 쿵! 하고 충격을 가했다. 창졸간에 당한 일이라 으악! 하고
비명을 질러서  강의하시던 교수님과 학생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는데 뒤를 돌아
보니 전자공학과에 있던 압둘라힘이라는 아랍 유학생이 졸다가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머리로 나의 등을 강타한 것이었다. 쯔쯔... 알아듣지도 못하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강의가 얼마나 지겨웠으면...

조선공학과를 다닌 내 친구는 곧잘 한다는 소리가 자기 과에도 아랍 유학생이 한 명 
있는데 서로 그 친구에게 잘해 주려고 난리라는 것이다. 왜냐고? 그 친구들이 비록
아직 한국어에 익숙치 않아서 학점은 베이스를 깔아 주고 있지만, 자기네 
나라에서는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된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는 것이다. 더구나 속칭
끝발좋은(?) 집 자식들이 수두룩 하다며 예네들에게 잘 보이면 나중에 운 좋게
그 나라 장관 한 자리쯤도 걸려들 수 있다나? 나 참....사고방식 하고는....:)

유학생들 이야기가... 한국 사람들은 상당히 외국인에게 폐쇄적이란다. 
단일민족이라서 그런가?  나의 친구들이 이민이나 유학으로 외국대학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수두룩한 이 시점에.... 역지사지랄까.... 우리 친구들을 생각하며
한국에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도 가능한한 친절히 대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더워도 모슬렘의 율법을 지키는 탓인지 긴팔에 긴 바지에 스카프로 머리카락
한 올 안 내보이며 학교 안을 돌아다니는 외국인 여학생을 볼 때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May the force be with you !

                                       LANDAU ( fermi@power1.snu.ac.kr)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