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처녀의 고독은 둥글다
성미정
처음에 너는 고독은 날카로운 그 어떤 거라고 짐작했다 고독 때문에 자
주 명치 끝이 아팠다 너로선 그럴 만도 했다 나이와 더불어 너는 통증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통증을 감추기는 쉽지 않았다 친구들과 있을 때 넌
너무 말을 많이 하거나 아예 하지 않았다 고독이 드러나는게 싫었던 거
다 친구들은 그런 너를 떠났다 가족들은 너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탄식했다 고독은 자주 너의 귀를 막았다
고독에 잠긴 널 불편해하지 않는 건 TV 뿐이었다 방에 틀어박혀 TV와 지
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느 날 방망이에 맞고 혼자 날아가는 공을 보았
다 하얗게 질린 채 공기 속을 회전하는 공에서 넌 터질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 두터운 장갑 안으로 숨어 드는 공에선 감출 수 없는 두려움을 만
났다 그런 게 야구라고 불린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넌 왠지 고독
이라 부르고 싶었다 야구는 고독이라 불리는 편이 어울린다는 확신이 들
었기 때문이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간 너는 야구 중계를 보는 가족들을 보았다 그들
은 오래 전부터 야구광인 듯했다 지금껏 눈치채지 못한 것이 의아할 정
도였다 공통 관심사를 발견한 넌 몹시 기뻤다 가족들 틈에 슬쩍 끼어들
어 야구 얘기를 했다 네가 가장 아끼는 고독은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날아간 공이라고 고백했다 그 공이 그렇게 사라진 건 그만큼 고독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사라진 공의 행방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오직 눈앞의 공만 바라보았다 가족들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했다
넌 한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구에 대해 말했다
친구들의 태도는 가족들과 다를 게 없었다 어떤 친구는 숫제 대꾸도 하
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은 그건 야구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자신이 본
야구에 대해 떠들었다 너는 그들이 말하는 야구를 본 적이 없었다 넌 친
구들을 떠났다 하지만 인정해야 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야구가 존재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야구에 잠겨 있을 뿐이
라는 것도 이제 너는 고독이 둥글다고 생각한다 이후 고독은 너에게 더
이상 통증을 주지 않을 것이다 다만 끝도 시작도 알 수 없는 둥근 공 처
럼 지루할 것이다
(『현대시학』 19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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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이시간까지 안자고 썼다 지운 글이 서너개?
좀전에 Monday Morning 5:19 듣고있었는데 벌써 여섯시가
넘었네..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금일도 상봉에 임 만나 보겠네
갈 길은 멀구요 행선은 더디니 늦바람 불라고 성황님 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