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때 한문선생님이 생각난다. 바싹 마른 분이
우선 한문 실력이 뛰어났다. 얼마전 돌아가신 태동연구소 소장을 하셨
던( 아 인제 이름도 생각이 안난다...) 그 분처럼 바싹 마르셨고, 아
마 실력도 그 분에 못지않으셨을같은 느낌을 주셨던 분이다.
이 분 한
문을 정말 한문답게 가르치셨다. 문법을 정확하게 풀어가시면서... 가
끔은 중국어 발음도 해가시면서, 대충 봐도 고급수준으로 가르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분이 실력을 예증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기억나
는게 없는 내가 그 분의 교실에 앉아있었다는 것이 지금도 부끄럽다.
그런데... 그 분의 수업관리는 한 마디로 엉망이셨다. 아마
당시 예순이 넘어셨던 것 같은데. 수업내용을 따라가기 힘든 아이들은
뒤에서 도시락 까먹기, 의자펼쳐서 잠자기, 그냥 나가서 담배 피우고
오기, 교실은 조용했지만 한 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우리를 너무 긍
정적으로 생각하신 것인지, 수업관리의 능력이 없어셨는지... 당시도
내 맘이 좀 아팠다.
가끔은 우리에게 가끔 선비는 어떻게 행동해야한다는 것에 대
해서도 가르치셨다. 추상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으로 걸음모양
은 이렇게...말 할 때는 이렇게 자세를... 우리들 망나니를 미래의 선
비로 보시면서 사랑을 베푸는 것을 그 당시도 얼핏이나마 느낄 수 있
었다.
그런 분의 가르침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내가 두고두
고 후회스럽다. 아마 내 고등학교 동기들 중에는 나처럼 그 분의 선비
연한 모습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공문작성이야 가끔 느려지기는 하겠지만, 설마 나이드신 선생
님들이 나가신다고, 교안작성까지 못하랴. 교육대학 사범대학에서 교
안작성 숙제를 얼마나 하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경험이 생겨 이것저것 이해심이 늘어나
는게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일거다. 이 것 저 것, 이 아이 저 아이 겪
어보신 나많은 선생님들이 한꺼번에 많이 없어지는 것은 가늠키가 좀
어려운 교육의 성과를 잃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돈이 중요한 세상이니, 어쩔 수가 없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