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건 作, 화선지에 먹, 1998, 140 x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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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글에 비해서 모호할 때가 많다.
글은 생각을 몇 개의 개념으로 한정시키지만,
그림은 생각이 제멋대로 뛰어놀도록 방목시킨다.
하얀 술항아리 하나 먹으로 그려진 주변에
붓으로 대충 쓰여진 글씨가 너무 어울려
그 자리에 서서 눈치를 보며 전문을 베꼈다.
달도 하얗고 눈도 하얗고 천지가 온통 희기만 한 겨울밤에
깜깜하기만 한 세상 일, 세상 사람들을 생각하면 오죽 답답할까.
내가 세상 사람이 아니면 내 일이 세상 일이 아니면 답답할 이유 없건만
내가 들어가 사는 곳이 세상이라서 더더욱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Avez-vous perdu rien?"
"Tout!"